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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자가 겪는 생체시차 – 몸과 마음의 시간 불일치

빛나는 레몬 2025. 7. 11. 12:06

우주여행자가 겪는 생체시차 – 몸과 마음의 시간 불일치 

지구 밖에서의 삶,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

우주여행은 이제 단순한 상상이 아닌, 기술의 진보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이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머물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시간’은 지구와는 전혀 다릅니다. 단순히 시계의 숫자가 다른 것이 아니라, 몸의 생체 리듬과 심리적 시간 감각 모두에서 커다란 불일치를 겪게 됩니다.

우주 공간에서는 태양이 하루 16번 뜨고 집니다. 즉, 90분마다 한 번씩 낮과 밤이 반복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인간의 **일주기 리듬(서카디안 리듬)**은 혼란을 겪게 됩니다. 밤에 자고 낮에 일하는 24시간 생체주기에 익숙한 인체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정신적 피로 등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게 되죠.이번 글에서는 우주여행자가 경험하는 생체시차의 정체와, 그것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탐구해보겠습니다.

우주여행자가 겪는 생체시차 – 몸과 마음의 시간 불일치
우주여행자가 겪는 생체시차 – 몸과 마음의 시간 불일치

1. 일주기 리듬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생체 리듬을 형성합니다. 이는 뇌 속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CN)’에서 조절되며, 주기적인 빛 자극을 통해 조정됩니다.
일주기 리듬은 단순한 수면-기상 패턴을 넘어서, 체온 조절, 호르몬 분비, 면역 기능, 소화계 리듬 등 거의 모든 생리 현상을 관장합니다. 따라서 이 리듬이 깨지면 신체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구에서는 자연광의 주기에 따라 이 리듬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태양의 주기적인 밝기 변화가 기준이 되지 못하므로, 인공적으로 주기를 설정하거나 조명으로 리듬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 우주에서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가?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구를 약 90분마다 한 바퀴 돌기 때문에 하루 16번의 해돋이와 해넘이를 경험합니다. 이는 우주비행사의 뇌에 심각한 혼란을 줍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경험하는 ‘하루’라는 시간은 자연의 순환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 기준이 무너집니다.
게다가,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시간에 맞춰 생활해야 하므로, 시간이 흐른다기보다 ‘지켜야 하는 것’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NASA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조명이 자동으로 조절되며, 수면, 작업, 운동, 식사 시간을 엄격히 관리합니다. 하지만 생체 리듬은 조명만으로 완벽히 조절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우주비행사들이 불면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을 경험합니다.

3. 시간 감각의 왜곡 – 우주에서 하루는 길다

흥미로운 점은, 우주에서 인간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리듬만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시간 감각도 크게 왜곡된다는 것입니다.
지루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이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시간 감각이 매우 느리게 느껴지며, 반대로 긴장과 몰입이 지속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ISS 내부는 밀폐된 공간이고, 외부 풍경의 변화도 거의 없습니다. 지구와의 소통도 제한적이고, 일정도 반복적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단조로움이 커집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워지고, 실제보다 시간이 늘어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 우울감, 권태감 등이 자주 보고되며, 이는 우주미션의 성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4. 장기 우주여행에서의 시간 불일치 문제

우주비행이 수개월에서 수년으로 길어질수록 시간 감각의 왜곡과 생체시차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예를 들어 화성으로의 유인 탐사는 편도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왕복 미션은 최소 2년을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외부 자극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 인간은 ‘내가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 단위 정체 현상(temporal disorientation)’이라 불리며, 특히 단조롭고 폐쇄된 환경에서 강화됩니다.
이는 단순히 피로와 혼란을 넘어, 의사결정 능력 저하, 정서적 둔감화, 사회적 거리감 증가 등 복합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장기 우주여행이 인류에게 열릴 미래라면, ‘시간의 심리학’을 고려한 새로운 생활 리듬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몸과 마음이 느끼는 시간은 같지 않다

우주에서는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몸이 느끼는 시간, 그리고 마음이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우주비행사들이 겪는 생체시차와 심리적 시간 왜곡은, 단지 낯선 환경의 부작용이 아닙니다.
시간은 물리적 단위이자 정신적 경험이며, 인간의 존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가느냐입니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경험하는 상대적인 흐름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은 지구를 벗어난 우주에서도, 혹은 지금 내 방 안에서도 똑같이 유효합니다.